헐리우드의 전설, 발 킬머의 삶과 마지막 인사
배우 발 킬머(Val Kilmer)가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 ‘탑건’과 ‘배트맨 포에버’를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암 투병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연기를 멈추지 않았던 헐리우드의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발 킬머의 사망과 마지막 순간
2025년 4월 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는 발 킬머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고인의 딸 메르세데스 킬머는 사인이 폐렴이라고 밝혔다. 킬머는 2014년 인두암 진단을 받고 오랜 시간 투병 생활을 이어왔으며, 그동안의 병세가 그의 건강을 크게 약화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탑건’ 아이스맨으로 스타덤에 오르다
킬머의 대표작 중 하나는 1986년 개봉한 영화 ‘탑건’이다. 그는 아이스맨(Iceman) 역할로 등장해, 주인공 톰 크루즈와의 긴장감 넘치는 라이벌 구도를 연기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냉철하고 건방진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소화한 그의 연기는 ‘조연 이상의 존재감’을 선보였고, 이후 많은 영화에서 중요한 앙상블 배우로 활약하는 기반이 되었다.
배트맨의 새로운 얼굴
1995년에는 ‘배트맨 포에버’에서 배트맨이자 브루스 웨인 역할을 맡아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 이후 새로운 분위기의 영웅상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킬머는 이 영화로 슈퍼히어로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명작 ‘히트’에서의 인상 깊은 연기
킬머는 또한 1996년 영화 ‘히트(Heat)’에서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와 함께 출연하며 진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도심 총격전 장면에서 보여준 긴장감 넘치는 연기와 내면의 심리를 표현하는 감정 연기는 많은 영화 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암 투병 후의 재기, 그리고 감동
인두암 수술과 후두 기능 손상이라는 어려움을 겪은 후에도 킬머는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솔져스 리벤지’, ‘블랙머니’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2022년, 영화 ‘탑건: 매버릭’을 통해 다시 아이스맨으로 돌아왔다. 이 장면은 팬들과 동료 배우 톰 크루즈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크루즈는 당시 “나는 울고 있었고 감정이 북받쳤다”고 말하며 킬머의 연기를 극찬했다.
헐리우드의 진짜 배우, 그의 유산
발 킬머는 단지 유명한 작품에 출연한 배우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언제나 존재감을 증명하며, 조연 이상의 힘을 보여준 예술가였다. 삶의 끝자락에서도 연기를 선택했던 그의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남겼다.
그가 남긴 유산은 단지 필모그래피에 머무르지 않는다. 치열하게 연기를 사랑한 진짜 배우로서, 그리고 헐리우드에서 조연의 가치를 증명한 아이콘으로, 발 킬머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